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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배, 스페이스99/ 2012
The boat going to the mountains, space99/2012

 

산으로가는배전시

▲ 산으로 가는 배_스페이스99_2012



 

산으로 가는 배


“이것은 경합이잖아요” ‘산으로 가는 배’는 사회적인 관계 내에서 마땅한 접점을 찾지 못해 경쟁과 동료의식 사이에서 헤매이는 개인적 표류기이다. 최근 TV에서 서바이벌 형태의 예능이 유행했듯이, 우리들은 최후의 1인을 가려내는 경쟁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 이것은 2인의 팀 작업을 하고 있는 ‘강지윤+장근희’ 스스로에 대한 관계부터,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사회적 협동-경쟁 관계에 대한 물음으로 다가간다.
협동에 관한 속담은 무수히 많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격언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가령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던가, “개미가 절구통을 물어간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협동적인 관계 속에서도 개개인의 위치가 수평적일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며, 협업이 꼭 모두를 만족시키는 무조건적인 방법도 아니다. 의도치 않아도 누구나 매 순간 협동의 실패를 경험한다. 따라서 협동이라는 허울 아래, 소모적인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하여 공동체 속의 불안한 관계에 대해 실험하고자 한다.


백지장마주들기

▲ 백지장 마주 들기_8장의 퍼포먼스 기록사진 중 4가지 포즈_2012



이것은 표류기인가?

‘강지윤+장근희’는 벌써 3년째 함께 작업해오고 있는 ‘집단’이다.
3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긴 기간이다. 3년은 군복무기간보다도 길고, 엄연히 따지자면 (방학을 제외한) 고등학교나 중학교의 재학 기간보다도 길다. 어쩌면 4년제 대학의 출석기간보다도 길지 모른다. 누군가와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을 상상해보자. 더구나 그들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이다. 3년간 함께 공동의 작업을 ‘만들어’간다는 일은, 수많은 충돌과 봉합의 과정을 야기해왔을 것이다.
2009년 이후 하나의 작가군으로서 활동하면서, 협업에 관한 고민은 내부적으로 상재해왔다고 한다. 협동과 경쟁. 사회적 관계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풀어내고자 했던 것은 전부터 갖고 있었던 생각이었다. 그간의 고민이 고원 효과적 순간을 맞이하여 일체의 작업으로 상승하여 드러난 것은, 경합이라는 형태를 가진 이번 평화박물관 신진작가 공모전을 맞이하면서였다.
고원 효과적이라는 순진한 표현 보다는, 화산 폭발의 순간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작업은 정말 화산 폭발처럼 생성되었다. 지하에서 점차 압력을 더해가며 응축되어가던 마그마가 약한 지점을 뚫고 터져 나오듯이, 그간의 고민은 분출했다.

전시의 주제는 그렇게 ‘응출’되었다. 제목 그대로, <산으로 가는 배>




나라가산다


▲ 나라가산다_전시장설치영상,1:41_2012




왜 경쟁인가

3개 팀이 최종적으로 결선에 오른 이번 공모-기획전은 전시가 진행되는 지금 현재도 ‘경쟁’중이다. 전국을 달구고 있는 ‘경쟁’의 열기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경쟁의 열기가 이곳 전시관에도 이염되어 얼룩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경쟁을 맞이하며 “경쟁과 동료의식 사이에서 헤매이는 개인적 표류기”로 시작된 전시는,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사회적 협동ㅡ경쟁관계에 대한 물음으로”다가갔다.
“일상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해석”을 해오던 ‘강지윤+장근희’는, 이번 공모전이라는 일종의 시공을 맞이하면서 그들이 3년간 해왔던 것처럼 이 시공을 탐색, 전유하여, “인식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일상을 복권”시키는데에 또다시 성공했다.
그들은 도시공간을 탐색해왔듯이 “평화박물관 기획 신진작가공모전”이라는 하나의 총체적 시공을 “표류”했다. 마냥의 표류는 그저 시공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일테지만, ‘강지윤+장근희’의 표류는 끝없는 고민이 함께하는 표류였고, 고로 그것은 무제한적 무규칙적 탐색과 같은것이 되었다.




▲ 파이팅_싱글채널비디오,0:28_2012



그들은 표류-탐색하며 맥락속에 손을 넣고, 더듬어지는 것을 건져내어 우리 앞에 프로젝션(전사) 한다.
펄럭이는 깃발 위에 떠오르는 ‘나라를 살리는’ 문구들 (나라가 산다 / 깃발위에 프로젝션_2분30초_2012), 백짓장을 여러모로 진지하게 마주 들어보는 시도를 펼쳐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 (백짓장 마주들기 / 8장의 퍼포먼스 기록사진_2012), 끝없는 파이팅의 손짓(파이팅 / 하이파이브로 3·3·7 박수 연주_반복재생_2012)은 이들이 건져내어 보여주는 협동과 경쟁의 맥락속 부유물들이다.



낭만의순간07

▲ 시소_MDF합판으로만든 시소 위에 70g의 A4용지_2012



시소의 양가에 관람자가 직접 물건을 쌓아올려가며 균형을 맞추도록 기획한 ‘균형시소’(혼합재료_가변설치_2012)는 관람자들 스스로에게 협동 혹은 경쟁에 참여토록 유발시켜, 가깝게는 함께 관람중인 타자는 물론이고, 멀리는 그 전까지 전시를 보러 왔던 모든 익명의 타자들과 사회적 관계, 그러니까 다시 또 강조하여 말하자면 ‘협동’ 혹은 ‘경쟁’의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소의 균형을 맞추는 행위는 협동인가 경쟁인가) 우리는 시소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협동과 경쟁 속으로 초대된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표제작 ‘산으로 가는 배’(싱글채널비디오_10분 38초)는 그야말로 사회적 협동-경쟁 관계의 정점을 보여준다. 그것은 산으로 가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전시의 과정 자체는 하나의 배가 되었다. 산으로 가는 배. 그리고 우리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이미 한 배에 탄 것이다.

[글 / space99 큐레이터 안지환 ]




▲ 산으로가는배_싱글채널비디오,10:48_2012

강지윤+장근희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