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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sing K @ AG 갤러리, 서울 / 2011
Chasing K @ AG Gallery, Seoul / 2011



  이것은 수없이 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정말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경계를 정해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웹을 통해 주고받는 정보들을 단서로 삼아 실제 오프라인 상에서 누군가를 추적합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캄캄한 숲속에서 조약돌을 찾아 집을 찾는 것처럼, 작가는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취해 더듬더듬 대상을 뒤쫓습니다. 타겟의 사소한 말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흘리는 흔적들, 스치는 단상들이 작가에게는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그의 일상을 추적하면서 우리는 나름의 시선으로 대상을 알아갑니다. 이로써 우리는 대상의 일상을 은밀하게 훔쳐내어 작업 안에서 새롭게 환기시킵니다.

 

케이01

▲ K씨 보고서

언제나 우리의 작업은 단순하게 시작해서 시시하게 끝을 맺습니다. 대상 K씨는 지인(P)의 소개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K씨와 어떤 관계맺기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늘 우리가 유지했던 일관된 태도이기도 했습니다.

K씨는 우리 나이 또래의 남성으로 전공과 무관한 삶, 게다가 돈벌이에 관여되지 않은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사는 분이었습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흔히들 느끼는 삶에 대한 압박이나 경제적인 어려움은 (일단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별다른 일 없이 긴 하루를 보내고, 어찌보면 반복되는 패턴의 꽤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에게서는 (이렇게 칭해도 좋을지 모르겠으나)흔히 백수에게서 보여지는 불규칙함이나, 올빼미형 행동 사이클이라던가, 낙망한 듯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K씨는 한마디로 심신이 건실한 청년이었습니다.


▲ 당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SNS 사용 가이드, 싱글채널비디오, 3분 45초

추적은 나흘 밤낮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덥고 끈끈하고 세차게 비가 내리던 시기였습니다. 우리는 번번히 K씨를 놓치고, 한편으로는 너무 가까이 따라붙어서 K씨가 우리를 의식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한 인물의 하루라는 것은 예상외로 전혀- 어떤 사건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우리는 지루함을 느꼈습니다. 추적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긴박함이나 위기감 같은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는 주로 공터에 그저 앉아 그를 기다리거나, 놀이터의 오리(놀이기구)를 타거나, 백화점 지하의 안마의자에 기대있기도 하였습니다. 마치, K씨와 우리는 잉여의 시간을 대결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 Chasing K, 싱글채널비디오, 5분 45초

K씨02

▲ 설치 전경

꽤나 지루했던 우리의 추적은 시시하게 막을 내립니다. 우리가 아무리 K씨에 대한 정보를 파헤친다 한들 우리는 K씨를 제대로 쳐다볼 수 조차 없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K씨의 집주소와 전화번호, 그가 예전에 썼던 레포트, 예전에 다녔던 미술학원과 한때 구독했던 잡지, 혹은 미모의 여자친구와 영어 공부를 함께 한다는 것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알아냈지만, 과연 우리가 그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강지윤+장근희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