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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가 있는 대화 / 2014
Conversation with possibility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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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지가 있는 대화 전시 전경



여지가 있는 대화 Conversation with poss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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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등한 양으로 맺어진 합의 스틸

 


▲균등한 양으로 맺어진 합의, 2채널비디오, 6분 2초


#1

한 공간에 다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다. 그들의 앞에는 각자의 기준으로 적당하게 따른 물컵이 놓여져 있다. 그들은 서로 말을 하는 대신, 각자의 물을 상대방에게 조금씩 따라주거나 받는 것으로 대화를 대신한다. 보통의 대화가 그러하듯, 서로의 물을 주고받는 움직임은, 어느 한 명이 어색함을 깨고 인사하듯 건넨 약간의 물로 시작하여,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을 때까지 계속된다.
시작하기 전 누군가 묻는다. 이것이 끝났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지요?”, “적당한 말로 설명할수는 없지만, 때가 되면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점차 움직임이 잦아들고. 결국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을 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의 높이는 같았다. 즉, 말없는 합의는 모두가 동일한 양을 나누어 갖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그것을 위해 서로가 물을 상대방에게 덜어내거나 더해준 후였다. 각자의 개별적인 이유와 기준은 서로 부딪히는 사이에 닳고 무디어지고,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지만, 납득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기준으로 이끌린다. 그 과정의 모든 움직임으로 선약되지 않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배려나 희생, 어쩌면 강요와도 같은 감정들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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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KHH는 두 명의 작가의 협업 공동체이다. 우리는 합의가 만들어지기 이전, 평이한 상태로 되돌아가기 전의 과정에 주목한다. 이번 미쓰-플레이를 위해, 최소한의 규칙만 정한 채, 서로 번갈아가며 합의 없이 자신의 생각을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 보았다. 비뚤어진 모양의 오각형 테이블은 각자가 고른 유연한 사물들을 더해, 때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거나 혹은 훼방을 놓고, 조금씩 기울기를 바꾸어 가며 균형을 잡는다.
더해진 사물들은 가장 안정된 상태(수직/수평)로 끊임없이 돌아가려고 한다. 혹은 아예 균형을 잃고 무너져 버린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이 불안정한 상태를 붙잡아 일시적으로 고정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여러가지 힘이 작용하여, 버티고 있는 상태를 만들고, 평이한 접점에 도달하기 전의 상태로, 대화를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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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가 있는 대화 설치 디테일


#3

위의 두 과정에서 사람들은 말을 주고 받는다. 물을 따르거나, 물건을 올려 균형을 맞추는 따위의 시시한 일을 하면서 왜 나는 그 순간 물을 따랐는지, 상대방은 왜 그런 물건을 올려 놓았는지를 추측하게끔 대화를 이끈다. 이것은 합의를 위해서 우리가 포기하거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스스로를 설득시키는 과정을 되새기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 기록들은 녹취록의 형태로, 혹은 주고받은 일지를 통해 공유된다.
사실, 수평을 만들어 균등한 양으로 물을 나누어 가졌다던가, 맨 꼭지점에 작은 추를 달고 초록빛의 녹말 이쑤시개로 낭창거리는 깃발(혹은 깃발처럼 보이는 무언가)을 꽂아 마무리 되었다는 것을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했을 행위의 이유를 그러모아, 다수의 단편적인 생각의 지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는 이 말들의 기록 중 마음을 끄는 69개의 단어들을 발췌하고 이를 임의적으로 조합하여 문장을 만든다. 이미지 슬라이드 쇼를 통해 랜덤하게 재생시켜 매번 새로운 문장을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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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끄러지는 말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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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지는 말들 69개의 이미지 슬라이드쇼(랜덤플레이)



KKHH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