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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왕리 가는길 @ 스페이스빔 / 2011
way to Eulwang-ri @ Space Beam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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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수도권에서 가장 근접한 해변을 가지고 있고, 그런 곳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실제의 모습은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이상적인 해변과는 다른 풍광을 선사합니다. 해변의 취객들, 즐비하게 늘어선 모텔의 네온간판, 호객행위에 열중하는 상인들, 어린 커플들과 중장년 부부(가 아닐지도 모르는)의 진득한 애정행각들이 모여 이루어진 풍경은 우리가 네비게이션으로 보는 해변의 풍경보다 더 실망스럽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실제 해변에 가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을왕리로 향하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이미 이상적인 해변을 경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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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왕리 가는길

 

우리가 을왕리 해변으로 답사를 가던 날은 잔뜩 흐리고 찌뿌린 날이었습니다. 갑갑스레 막힌 도로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네비게이션 화면에 주목했고, 그 작은 액정 안에서 푸르게 반짝이는 바다를 보았습니다. 화면 안에서 우리의 차는 하얀 고급 세단이었고, 날씨는 더없이 좋았으며, 주변의 푸른 신록과 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가 마음을 설레게 하였습니다. 당연하게도 가상의 풍경은 실제보다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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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을왕리를 향해 있는 네비게이션의 잘 다듬어진 이미지는 실제의 경험을 대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네비게이션으로 을왕리를 가는 경로를 따라 서울을 탐험합니다. 네비게이션이 목적지(을왕리)를 가르키는 동안 우리는 그 안내에 맞추어 이동을 하며, 때로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기도 합니다. 익숙한 장소였던 서울은 네비게이션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이상적인 해변으로 가는 설레이는 공간으로 전환됩니다.


▲ 을왕리가는길_네비게이션 추적 퍼포먼스_7분_2011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을왕리의 해변이 아닌 서교동의 한 의류 편집매장 이었습니다. 7월의 더운 여름밤, 우리는 그곳에서 한 포대의 모래와 장난감 삽 등으로 모래성을 쌓아 마침내 GOAL 의 깃발을 꽂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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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왕리가는길@서교동_도착지점에 모래성쌓기_4분_2011


강지윤+장근희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