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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l @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안양 / 2010
Steal @ Community Space Litmus, Ansan / 2010




안산역에서 지하도로를 올라와 원곡동 주민 센터까지를 가로지르는 메인 거리는 '다문화길' 이라는 이름이 붙어져 있습니다. 이 거리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원곡동은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다양한 인종의(아시아의 특정 국가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다원화된 문화적 특징을 갖습니다. 하지만 원곡동의 거리를 걸어 다니면 다닐수록 발견되는 것들은, 다문화 거리를 정비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틀로 찍어 낸듯한 획일화된 풍경들입니다. 이는 원곡동을 한국의 여타 다른 동네와 다를 바 없는 거리로 만듭니다. 한국적인 정서의 관리체계는 오히려 원곡동의 다양한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경계를 짓는 것은 비단 정책 뿐만은 아닙니다. 이 거리를 살아가는 이주민들 역시 다른 문화를 가진 민족들과 언어적/문화적 차이로 그들 스스로를 경계 짓고 있습니다.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몽골인 지역, 중국인지역, 우즈벡지역 등으로 나뉜 경계가 명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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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겟선정된 표식 위치 및 특징이 기록된 27장의 경계물 도큐멘타



따라서 우리는 개인이 경계를 구분 짓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경계 표식" 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것들을 훔치는 행위를 통해 경계를 허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표식물들은 주로 생수병, 타이어, 화분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가 이용되고, 만든 사람의 취향과 생업까지 짐작하게끔 합니다.

우리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흥미를 끄는 경계물들을 몇가지로 추려내었습니다. 이것들의 위치와 특징-주로 무게나 소재, 주변 환경 등, 훔치는 행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을 기록하여 27장의 문서로 정리하였습니다. 이렇게 몇 주 간의 탐색 기간을 거치고 난 어느날 밤, 우리는 노리고 있던 표식물들을 갤러리로 훔쳐옵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영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소시민들의 감각을 전유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예술가는, 그 대신 원래의 장소에 자신의 표식을 남깁니다.


▲ Steal, 싱글채널비디오, 6분1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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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al, 훔쳐온 경계 표식물들, 가변설치


영역을 구분/구별짓는 행위에서 비롯되는 경계심은 경계 안과 밖의 관계와 같이 '나'를 '너'로부터 끊임없이 분리시킵니다. 우리는 이런 경계를 조금이라도 허물고자 하는 의미에서 그들의 영역 표시 사물들을 훔쳐내었습니다.

강지윤+장근희 / 2010